To. 그린카드 프로젝트가 궁금했을 여러분께
안녕하세요 여러분, 요헤미티의 맥시입니다. 저는 브랜드 전략과 고객 경험을 설계하고 있어요. 오늘은 지난 2022년 연말, 예상보다 더 큰 사랑을 받았던 🔗요헤미티-그린카드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브랜드에 대한 인지가 없었던 고객, 지인, 파트너들로부터 이 기획의 배경과 취지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았거든요. 모든 프로젝트를 남길 수는 없겠지만, 팀 요헤미티와 고객님 모두에게 비교적 선명한 인상을 남겼던 기획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공유를 이어가려 합니다.
궁금하시거나, 더 알고 싶은 요헤미티의 소식이 있다면 얼마든지 댓글로 남겨주세요!
▲우리는 몰랐다. 이탈리아 세리에B에서 시작된 페어플레이 캠페인을 연말특집 제품으로 오마주하게 될 줄은. ⓒ요헤미티BX
등장인물
👨🏽블랙 (영상 PD, 그린카드 아이디어 던짐 )
👩🏽진저 (BX 디자이너, 그걸 실제로 만듦)
👨🏽🦱맥시 (BX 기획자, 새로운 것만 하고 싶음)
#카타르월드컵 #뭐라도_해야할것같은데
때는 11월 초. 저희 팀은 고민이 많았어요. 11월 20일, 카타르 월드컵 개막일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죠(얼마나 고민을 했으면 개막일까지 기억해요). 명색이 스포츠 브랜드인데, 세계인이 모두 주목하는 이 커다란 이벤트를 앞두고 뭐라도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막연한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었죠. 정확히는 '뭐라도 해야 하냐, 말아야 하냐’에 대한 내적 갈등이 컸어요. 요헤미티가 가진 장점은 ‘모든 스포츠를 포괄할 할 수 있는 비버리지 브랜드’이지만, 한 편으로는 ‘뾰족한 특정 종목을 향하는 브랜드가 아니기에’ 기획을 선명하게 가져가기 어려울 때도 많거든요.
아, 물론…스코어와 승-무-패를 맞추면 치킨을 쏘는 이벤트 정도는 열어도 되었죠. 하지만 그런 이벤트는 세상에 너무 많아서, 굳이 우리까지 할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치킨은 언제나 옳지만 말이예요. 닭의 종 보존을 위해서라도.
이렇게 액션을 정하기가 어려울 때, 저는 보통 브랜드 피라미드의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봐요. 브랜드의 초심이 명료하게 담긴 ‘브랜드 선언’과 그곳에서 파생되는 ‘핵심가치’ 따위의 것들을 한번 더 살피는 거죠. 요헤미티의 브랜드 선언과 핵심가치는 다음과 같아요.
열심히 땀 흘리는 모든 사람들이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든다.
‘건강한 제품’, ‘지속가능한 개선’, ‘다양성과 포용성을 갖춘 컨텐츠’를 통해 고객과 만난다.
이렇게 팀이 했던 가장 큰 약속을 다시 한 번 짚어보고 나서, 주요 고객들이 지금 어떤 상황과 감정에 놓여있는지를 보았어요. 당시 월드컵을 앞두고, 일어나서는 안 될 안타까운 사건이 서울에서 일어났죠. 모두가 힘들었고, 슬펐고, 추모의 마음이 서로를 다독이던 때였어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월드컵이라는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이 멋진 과정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뒤에 올 기쁨이 앞선 슬픔을 결코 해소해주지는 못할 것을 알지만, 함께 위로를 건네고 행복을 나눌 수 있는 일들을 바라마지 않고 있었죠.
이 쯤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위로와 행복을 바라는 마음’도 욕망의 일부라는 것을요.
우리가 월드컵을 매개로 무언가를 기획해야 한다면, 바로 이 욕망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하겠다.
그리고 그 스토리가 스포츠에서 시작될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고요.
“축구에 그린카드라는 게 있더라구요?”
카타르 월드컵을 꼭 2주 앞둔 11월 9일, BX팀의 블랙이 디스커션 슬랙에 아래의 메시지를 던졌어요. 당시의 화두는 ‘요헤미티 인스타그램 무드를 어떻게 전환하면 좋을까’ 에 대한 것이었는데, 각자 웹 서치를 하다가 ‘그린 카드’라는 캠페인을 발견했던 거죠.
▲11월 9일, 블랙은 무심코 기사 링크를 던졌고 그것은 우리의 연말 프로젝트가 되어버렸다. ⓒ요헤미티BX팀
블랙이 던져 준 링크의 기사 🔗<'축구의 선행상' 그린카드 제도 도입> 은 2015년에 게재된 것이었어요. 이탈리아 프로축구 차상위 리그인 세리에B에서, 경기 중 페어플레이 정신을 보여 준 선수에게 심판이 ‘가상의 그린 카드’를 부여하는 제도를 실행한다는 내용이었죠. 시즌이 끝나고 가장 많은 그린카드를 부여받은 선수에게는 페어플레이 어워드가 수여되고요. 원래는 이탈리아 유소년 축구 리그에서 시작된 제도인데, 프로 리그로까지 확대된다는 점에서 당시에 꽤 이슈가 되었었나봐요. 실제로 2016년에 첫 그린 카드를 부여받은 선수도 있었어요.
▲세리에 B에서 도입한 그린카드는 가상이었지만, 실물이라면 이런 모습이었을 것. ⓒ요헤미티BX팀
단숨에 그림이 그려졌고, ‘되겠다’ 싶었어요. 브랜드 선언과 핵심가치에 부합하면서, ‘페어플레이’라는 평화로운 스토리텔링을 갖췄고, ‘그린 컬러’라는 비주얼 소스까지. 게다가 이 카드는 한 번도 실물로 세상에 나왔던 적이 없다는 점에서의 희소성. 주책맞았던 BX팀의 반응과 함께, 우리가 함께 빌드업한 이 프로젝트의 스토리텔링을 이미지로 공유해볼게요. 지금 보니까 조금 경망스러워보인달까...
▲우리는 월드컵 무드로 연말을 패키징했다. 그리고 그 안에 평화와 행복을 녹이기로 했다. 말하면 현실이 된다. ⓒ요헤미티BX팀
아이디어 제안부터 기획, 그리고 타임라인 세팅까지 걸린 시간은 단 17시간. 우리는 월드컵 무드를 아예 ‘연말 선물’로 확장하고, 그린카드에 담긴 스토리텔링을 그대로 살려 실물 카드를 제작하기로 했어요. 이 기획에 담긴 취지와 고민의 배경을 잃지 않기 위해 판매 수익 100%를 모두 기부하면서 이 프로젝트를 끝내자는 약속까지 함께요.
"평화와 행복이 느껴지게 디자인 해주세요. 친절함이 느껴지면 더 좋고요."
물론 저는 이렇게 디자이너에게 무지성 브리프를 남기는 못된 사람은 아니예요. 하지만 만약, 제작물을 보고 나서 느껴지는 마음을 두 문장으로 정리하면 마치 저렇게 표현했을 거예요. '평화와 행복, 그리고 친절'. 제가 고객이었다면 그렇게 느꼈을 거라고요. 실물 그린카드와 패키지 리플렛 등의 어플리케이션 디자인들은 어떻게 탄생한 것인지, BX디자이너 진저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볼게요.
안녕하세요! 요헤미티의 BX디자이너 진저입니다. 팀에서는 브랜드 경험을 시각화하는 일을 주도하고 있어요.
맥시가 이야기한 캠페인 여정을, 디자이너의 관점에서는 어떤 의도로 구현했는지 스-륵 풀어볼게요!
프로젝트 브리프를 접하고, 저는 ‘공감’과 ‘매력’이라는 두 가지 큰 목적을 가지고 어플리케이션을 풀어냈어요. 페어플레이와 행복이라는 좋은 스토리텔링을 ‘공감’으로 풀고, 매력적인 시각적 요소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죠. 이를 위해 가장 적합한 컬러, 그래픽, 후가공, 패키지 전략을 고민했어요. 그럼, 하나 하나 살펴볼까요?
여러 개의 초록, 그 초록 말고 이 초록
먼저, 여러 컬러칩을 비교하며 각각이 주는 무드를 상상해봤어요. 보편적으로 ‘초록색' 하면 그려지는 컬러 중에 ‘평화와 행복’에 가까워질 것만 같은 초록이 무엇이 되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었죠.
▲무겁지 않으면서도, 따뜻함과 친근함이 공존하는 초록. 그런 초록은 이 중 어떤 초록이었을까? 맞춰보세요! ⓒ요헤미티BX팀
명도가 높아 연두색에 가까우면 자칫 담아야 할 의미보다 과히 가볍고 발랄해지고 청색에 가까워지면 세련된 느낌이 강하게 들어 차가워지죠. 또, 명도가 낮으면 희망(평화와 행복)과는 거리가 있는 무거운 컬러라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초록!’ 했을 때 대중적으로 직관적인 공감을 불러오면서도, 무겁지 않지만 따뜻함이 공존하는 색감을 써야겠다고 판단했어요. 이렇게 컬러가 주는 뉘앙스를 파악하는 과정을 거쳐 우리의 ‘초록’을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평화를 상징하는 그린카드에, 선물하면 좋을 '행복'을 담자.
그것은 네잎클로버보다는 세잎클로버라면 좋겠다. 우리의 행복이 흔히 찾아오도록. ⓒ요헤미티BX팀
카드 가운데에 자리한 세잎클로버 그래픽은, 선물하는 사람의 마음을 이 작은 카드에 함축적으로 표현할 방식을 고민하다가 등장하게 되었어요. 어쩌면 흔한 형태인 ‘카드’라는 익숙함에 세잎클로버의 ‘행복’ 모티프가 새로움과 선물의 의미를 담는다고 생각했어요.
이 생각의 흐름이 그린카드의 물성에서도 느껴졌으면 했습니다. ‘행복’이 눈에 잘 보이진 않을 수 있어도 우리 곁에 분명히 자리한다는 것을요. 이는 후가공(바니시)을 통해 구현했습니다. 카드의 정면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표면을 만지거나 각도를 달리했을 때, 은은히 반짝이며 그 존재감이 드러나는 거죠.
이 캠페인의 스토리텔링을 카드 디자인에 어떻게 함축할지를 고민했다면, 이제는 그린카드를 구매한 고객이 제품을 수령하고, 또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는 행위를 상상하며 그에 맞는 어플리케이션 디자인을 진행했습니다.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겠어요. 이 경험들에 대응하는 디자인 솔루션들을 총체적으로 고려하여 리플렛 종이의 평량, 재질감, 사이즈 디테일과 패키지 사이즈 등을 종합적으로 결정하게 된 것이고요.
첫 번째 행위.
온라인 주문한 제품을 택배로 받았을 때
Q. 그린카드 배송을 감안한,
최종 패키징 형태와 디자인은?
A. 파손위험을 줄이고, 얇은 본품의 물성을 감안하면서, 환경을 고려하는 브랜드 핵심가치를 고려하여 친환경 크라프트지를 사용한 안전봉투에, 보유중이었던 스탬프를 수작업으로 찍어 배송하기로 결정했어요.
두 번째 행위.
제품을 받아 언박싱을 시작했을 때
Q. 본품(그린카드)를 만나기 전의
궁금/기대감을 부여하는 방식은?
A. 그린카드의 모습을 바로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본품을 만나기 전 적당한 궁금증을 <표1> 면에 ‘카드 형태 + 카드에 쓰인 후가공’ 컨셉을 부여하기로 결정했어요.
▼<표1 - 카드 모양의 그래픽>, <표2 - 요헤미티 브랜드 키비주얼> 그래픽 위에 에폭시 후가공을 더해 실물 카드에 대한 궁금증을 더했다.
세 번째 행위.
수령 이후 고객의 후속액션은 크게 두 가지
Q. 개인 소장용 혹은,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선물이라는 감동/만족을 선사하는 방식은?
A. ‘소장용’과 ‘선물용’이라는 두 가지 액션을 ‘선물(나에게 주는, 남에게 주는)’이라는 하나의 컨셉으로 통일하고, 1차 사용자(구매고객)와 2차 사용 (구매고객을 통해 선물받은 고객) 모두에게 적용되는 편지글을 리플렛 <표 3>에 수록. <표4> 면의 본품 하단에는 심플한 괄호 가이드를 부여하여 ‘내 이름’ 혹은 ‘선물할 사람의 이름’을 쓸 수 있도록 유도하기로 결정했어요.
▼<표 3> 편지글 형식의 따뜻한 톤 & 매너의 메시지를 배치하고, <표 4> 실물 카드 아래에는 이름을 쓸 수 있는 란을 비워두었다.
#예뻐요 #선물하기_좋아요 #친구들과
컬러, 리플렛 메시지, 그래픽과 후가공에 대한 고민을 모두 알아채주신 여러분들의 구매평들이 기억에 남아요. 무엇보다도, '친구들에게 선물하기 좋다',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듬뿍 담아' 라는 말과 함께 새해 소원을 귀엽게 남겨주시는 모습 덕분에 기분이 좋았어요. 우리가 전하려 했던 평화와 행복의 메세지가 고객분들께 가닿았다는 느낌이 들었죠. 덩달아 팀원들 모두 즐거운 연말을 보낼 수 있었어요. 물론, 초반 카드 접착 이슈로 몇몇 고객분들께는 불편함을 드리기도 했어요. 알려주신 덕분에 빠르게 문제를 개선할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 연말, 친구들 모임에서 그린카드를 주고받을 상상을 하던 팀 요헤미티에게 선물처럼 달린 구매평들 (고객님... 그런데 벌써 2323년 이라니요...!)
새로운 고객을 만나기 위한 길은 늘 어렵지만, 어려워야만 해요.
네, 다시 맥시입니다. 요헤미티 그린카드가 약 2주 조금 넘는 기간 내에 조기품절되는 경험을 하면서, 가장 기분좋았던 것은 구매 고객의 90%가 ‘우리가 처음 만나는 고객’ 이었다는 점이었어요. 누군가를 ‘처음 만나는 일’은 늘 설레는 일이잖아요.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서 우리의 진심에 공감하고, 가치를 부여해주신 고객들이 요헤미티를 처음 경험하는 매개가 ‘그린카드’ 였기에 더욱 신이 났죠. 어쩌면 우리 팀은, 이미 있는 것을 활용하기보다는 세상에 없던 프로덕트를 새로 만드는 경험을 인정받는 과정이 더 기쁘기도 했어요.
새로운 고객을 만나는 것은, ‘신규 고객 획득’이라는 딱딱한 업계 용어로 바꿔 말할 수 있을 거예요. 이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죠. 쉽지만 획득 비용은 낮출 수 있는 자극적인 콘텐츠를 내세울 수도 있고, 참여만 하면 확률은 낮지만 막대한 혜택을 받도록 캠페인을 설계할 수도 있을 거예요. 사실 기획의 난이도가 어떻든 간에, 공통적으로 고객 입장에서는 ‘쉽고 즐거워야만’ 해요. 문제는 그 쉽고 즐거운 경험을 얼마나 ‘새롭게, 브랜드의 진심이 느껴지도록’ 만들 수 있는지에 달렸죠.
그래서일까요. 기획을 하는 일은 늘 어렵습니다. 그냥 포기하고 쉽게 가면 편할 텐데, 그래도 한 끗이 달라야만 한다는 강박이자 나름의 자부심이 있기에. 심지어 저 뿐만 아니라 팀 요헤미티의 모든 사람들이 공유하는 가치관이기도 해서요. 그저 1차원적인 수요-공급이 아니라, 브랜드의 인상과 위치, 그리고 크리에이티브까지 참 여러 차원을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는 점에서 때로 고달프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래야만 새로운 고객들을 만날 수 있고, 설렘을 확신으로 바꿀 수 있기에 절대 포기하지는 않을 거예요. 아, 언젠가 리오넬 메시를 두고 어떤 커뮤니티에서 이런 표현을 봤어요.
‘누군가 어떤 동작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쉽게 한다면, 그 뒤에는 부자연스러움을 극복하기 위한 상상 이상의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여러분께 요헤미티만의 느낌, 요헤미티만의 태도, 요헤미티만의 언어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아마 우리가 이번 그린 카드 프로젝트를 통해 쌓아올렸던 치열한 고민의 시간들을 몇백 배는 더 거쳐야 할 거예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거예요. 새로운 고객을 만나는 과정은 어렵고, 어려워야만 한다는 것을 절대 외면하지 않겠다는 우리의 다짐이요. 결국 요헤미티를 만날 때의 경험은 유쾌하고 쉽고 즐거워야겠지만, 그 한 번의 만남을 위해 우리는 어렵고 힘든 과정들을 거쳐 요헤미티다운 그림을 그릴 거예요.
▲ 캠페인의 종료. 수익금 100% 기부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으로 요헤미티 그린카드 프로젝트는 끝이 났다. ⓒ요헤미티BX팀
그러면 언젠가, 백오십 만원의 수익을 기부하는 것을 넘어 요헤미티로 인해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뀌고, 스포츠 컬처가 변화하고, 결국에는 세상이 모두 아는 임팩트를 보여줄 날이 찾아오고야 말겠죠? 그리고 그 날이 올 때까지, 요헤미티와 함께하는 여러분이 늘 함께해주실 거라 믿어요.
We just keep going!
요헤미티 BX팀
블랙, 진저, 맥시로부터.
ⓒ2023 yohemite All rights reserved
CC-BY-NC-ND
To. 그린카드 프로젝트가 궁금했을 여러분께
안녕하세요 여러분, 요헤미티의 맥시입니다. 저는 브랜드 전략과 고객 경험을 설계하고 있어요. 오늘은 지난 2022년 연말, 예상보다 더 큰 사랑을 받았던 🔗요헤미티-그린카드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브랜드에 대한 인지가 없었던 고객, 지인, 파트너들로부터 이 기획의 배경과 취지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았거든요. 모든 프로젝트를 남길 수는 없겠지만, 팀 요헤미티와 고객님 모두에게 비교적 선명한 인상을 남겼던 기획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공유를 이어가려 합니다.
궁금하시거나, 더 알고 싶은 요헤미티의 소식이 있다면 얼마든지 댓글로 남겨주세요!
▲우리는 몰랐다. 이탈리아 세리에B에서 시작된 페어플레이 캠페인을 연말특집 제품으로 오마주하게 될 줄은. ⓒ요헤미티BX
등장인물
👨🏽블랙 (영상 PD, 그린카드 아이디어 던짐 )
👩🏽진저 (BX 디자이너, 그걸 실제로 만듦)
👨🏽🦱맥시 (BX 기획자, 새로운 것만 하고 싶음)
#카타르월드컵 #뭐라도_해야할것같은데
때는 11월 초. 저희 팀은 고민이 많았어요. 11월 20일, 카타르 월드컵 개막일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죠(얼마나 고민을 했으면 개막일까지 기억해요). 명색이 스포츠 브랜드인데, 세계인이 모두 주목하는 이 커다란 이벤트를 앞두고 뭐라도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막연한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었죠. 정확히는 '뭐라도 해야 하냐, 말아야 하냐’에 대한 내적 갈등이 컸어요. 요헤미티가 가진 장점은 ‘모든 스포츠를 포괄할 할 수 있는 비버리지 브랜드’이지만, 한 편으로는 ‘뾰족한 특정 종목을 향하는 브랜드가 아니기에’ 기획을 선명하게 가져가기 어려울 때도 많거든요.
아, 물론…스코어와 승-무-패를 맞추면 치킨을 쏘는 이벤트 정도는 열어도 되었죠. 하지만 그런 이벤트는 세상에 너무 많아서, 굳이 우리까지 할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치킨은 언제나 옳지만 말이예요.
닭의 종 보존을 위해서라도.이렇게 액션을 정하기가 어려울 때, 저는 보통 브랜드 피라미드의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봐요. 브랜드의 초심이 명료하게 담긴 ‘브랜드 선언’과 그곳에서 파생되는 ‘핵심가치’ 따위의 것들을 한번 더 살피는 거죠. 요헤미티의 브랜드 선언과 핵심가치는 다음과 같아요.
열심히 땀 흘리는 모든 사람들이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든다.
‘건강한 제품’, ‘지속가능한 개선’, ‘다양성과 포용성을 갖춘 컨텐츠’를 통해 고객과 만난다.
이렇게 팀이 했던 가장 큰 약속을 다시 한 번 짚어보고 나서, 주요 고객들이 지금 어떤 상황과 감정에 놓여있는지를 보았어요. 당시 월드컵을 앞두고, 일어나서는 안 될 안타까운 사건이 서울에서 일어났죠. 모두가 힘들었고, 슬펐고, 추모의 마음이 서로를 다독이던 때였어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월드컵이라는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이 멋진 과정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뒤에 올 기쁨이 앞선 슬픔을 결코 해소해주지는 못할 것을 알지만, 함께 위로를 건네고 행복을 나눌 수 있는 일들을 바라마지 않고 있었죠.
이 쯤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위로와 행복을 바라는 마음’도 욕망의 일부라는 것을요.
우리가 월드컵을 매개로 무언가를 기획해야 한다면, 바로 이 욕망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하겠다.
그리고 그 스토리가 스포츠에서 시작될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고요.
“축구에 그린카드라는 게 있더라구요?”
카타르 월드컵을 꼭 2주 앞둔 11월 9일, BX팀의 블랙이 디스커션 슬랙에 아래의 메시지를 던졌어요. 당시의 화두는 ‘요헤미티 인스타그램 무드를 어떻게 전환하면 좋을까’ 에 대한 것이었는데, 각자 웹 서치를 하다가 ‘그린 카드’라는 캠페인을 발견했던 거죠.
▲11월 9일, 블랙은 무심코 기사 링크를 던졌고 그것은 우리의 연말 프로젝트가 되어버렸다. ⓒ요헤미티BX팀
블랙이 던져 준 링크의 기사 🔗<'축구의 선행상' 그린카드 제도 도입> 은 2015년에 게재된 것이었어요. 이탈리아 프로축구 차상위 리그인 세리에B에서, 경기 중 페어플레이 정신을 보여 준 선수에게 심판이 ‘가상의 그린 카드’를 부여하는 제도를 실행한다는 내용이었죠. 시즌이 끝나고 가장 많은 그린카드를 부여받은 선수에게는 페어플레이 어워드가 수여되고요. 원래는 이탈리아 유소년 축구 리그에서 시작된 제도인데, 프로 리그로까지 확대된다는 점에서 당시에 꽤 이슈가 되었었나봐요. 실제로 2016년에 첫 그린 카드를 부여받은 선수도 있었어요.
▲세리에 B에서 도입한 그린카드는 가상이었지만, 실물이라면 이런 모습이었을 것. ⓒ요헤미티BX팀
단숨에 그림이 그려졌고, ‘되겠다’ 싶었어요. 브랜드 선언과 핵심가치에 부합하면서, ‘페어플레이’라는 평화로운 스토리텔링을 갖췄고, ‘그린 컬러’라는 비주얼 소스까지. 게다가 이 카드는 한 번도 실물로 세상에 나왔던 적이 없다는 점에서의 희소성. 주책맞았던 BX팀의 반응과 함께, 우리가 함께 빌드업한 이 프로젝트의 스토리텔링을 이미지로 공유해볼게요.
지금 보니까 조금 경망스러워보인달까...▲우리는 월드컵 무드로 연말을 패키징했다. 그리고 그 안에 평화와 행복을 녹이기로 했다. 말하면 현실이 된다. ⓒ요헤미티BX팀
아이디어 제안부터 기획, 그리고 타임라인 세팅까지 걸린 시간은 단 17시간. 우리는 월드컵 무드를 아예 ‘연말 선물’로 확장하고, 그린카드에 담긴 스토리텔링을 그대로 살려 실물 카드를 제작하기로 했어요. 이 기획에 담긴 취지와 고민의 배경을 잃지 않기 위해 판매 수익 100%를 모두 기부하면서 이 프로젝트를 끝내자는 약속까지 함께요.
"평화와 행복이 느껴지게 디자인 해주세요. 친절함이 느껴지면 더 좋고요."
물론 저는 이렇게 디자이너에게 무지성 브리프를 남기는 못된 사람은 아니예요. 하지만 만약, 제작물을 보고 나서 느껴지는 마음을 두 문장으로 정리하면 마치 저렇게 표현했을 거예요. '평화와 행복, 그리고 친절'. 제가 고객이었다면 그렇게 느꼈을 거라고요. 실물 그린카드와 패키지 리플렛 등의 어플리케이션 디자인들은 어떻게 탄생한 것인지, BX디자이너 진저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볼게요.
안녕하세요! 요헤미티의 BX디자이너 진저입니다. 팀에서는 브랜드 경험을 시각화하는 일을 주도하고 있어요.
맥시가 이야기한 캠페인 여정을, 디자이너의 관점에서는 어떤 의도로 구현했는지 스-륵 풀어볼게요!
프로젝트 브리프를 접하고, 저는 ‘공감’과 ‘매력’이라는 두 가지 큰 목적을 가지고 어플리케이션을 풀어냈어요. 페어플레이와 행복이라는 좋은 스토리텔링을 ‘공감’으로 풀고, 매력적인 시각적 요소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죠. 이를 위해 가장 적합한 컬러, 그래픽, 후가공, 패키지 전략을 고민했어요. 그럼, 하나 하나 살펴볼까요?
여러 개의 초록, 그 초록 말고 이 초록
먼저, 여러 컬러칩을 비교하며 각각이 주는 무드를 상상해봤어요. 보편적으로 ‘초록색' 하면 그려지는 컬러 중에 ‘평화와 행복’에 가까워질 것만 같은 초록이 무엇이 되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었죠.
▲무겁지 않으면서도, 따뜻함과 친근함이 공존하는 초록. 그런 초록은 이 중 어떤 초록이었을까? 맞춰보세요! ⓒ요헤미티BX팀
명도가 높아 연두색에 가까우면 자칫 담아야 할 의미보다 과히 가볍고 발랄해지고 청색에 가까워지면 세련된 느낌이 강하게 들어 차가워지죠. 또, 명도가 낮으면 희망(평화와 행복)과는 거리가 있는 무거운 컬러라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초록!’ 했을 때 대중적으로 직관적인 공감을 불러오면서도, 무겁지 않지만 따뜻함이 공존하는 색감을 써야겠다고 판단했어요. 이렇게 컬러가 주는 뉘앙스를 파악하는 과정을 거쳐 우리의 ‘초록’을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평화를 상징하는 그린카드에, 선물하면 좋을 '행복'을 담자.
그것은 네잎클로버보다는 세잎클로버라면 좋겠다. 우리의 행복이 흔히 찾아오도록. ⓒ요헤미티BX팀
카드 가운데에 자리한 세잎클로버 그래픽은, 선물하는 사람의 마음을 이 작은 카드에 함축적으로 표현할 방식을 고민하다가 등장하게 되었어요. 어쩌면 흔한 형태인 ‘카드’라는 익숙함에 세잎클로버의 ‘행복’ 모티프가 새로움과 선물의 의미를 담는다고 생각했어요.
이 생각의 흐름이 그린카드의 물성에서도 느껴졌으면 했습니다. ‘행복’이 눈에 잘 보이진 않을 수 있어도 우리 곁에 분명히 자리한다는 것을요. 이는 후가공(바니시)을 통해 구현했습니다. 카드의 정면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표면을 만지거나 각도를 달리했을 때, 은은히 반짝이며 그 존재감이 드러나는 거죠.
이 캠페인의 스토리텔링을 카드 디자인에 어떻게 함축할지를 고민했다면, 이제는 그린카드를 구매한 고객이 제품을 수령하고, 또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는 행위를 상상하며 그에 맞는 어플리케이션 디자인을 진행했습니다.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겠어요. 이 경험들에 대응하는 디자인 솔루션들을 총체적으로 고려하여 리플렛 종이의 평량, 재질감, 사이즈 디테일과 패키지 사이즈 등을 종합적으로 결정하게 된 것이고요.
#예뻐요 #선물하기_좋아요 #친구들과
컬러, 리플렛 메시지, 그래픽과 후가공에 대한 고민을 모두 알아채주신 여러분들의 구매평들이 기억에 남아요. 무엇보다도, '친구들에게 선물하기 좋다',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듬뿍 담아' 라는 말과 함께 새해 소원을 귀엽게 남겨주시는 모습 덕분에 기분이 좋았어요. 우리가 전하려 했던 평화와 행복의 메세지가 고객분들께 가닿았다는 느낌이 들었죠. 덩달아 팀원들 모두 즐거운 연말을 보낼 수 있었어요. 물론, 초반 카드 접착 이슈로 몇몇 고객분들께는 불편함을 드리기도 했어요. 알려주신 덕분에 빠르게 문제를 개선할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 연말, 친구들 모임에서 그린카드를 주고받을 상상을 하던 팀 요헤미티에게 선물처럼 달린 구매평들 (고객님... 그런데 벌써 2323년 이라니요...!)
새로운 고객을 만나기 위한 길은 늘 어렵지만, 어려워야만 해요.
네, 다시 맥시입니다. 요헤미티 그린카드가 약 2주 조금 넘는 기간 내에 조기품절되는 경험을 하면서, 가장 기분좋았던 것은 구매 고객의 90%가 ‘우리가 처음 만나는 고객’ 이었다는 점이었어요. 누군가를 ‘처음 만나는 일’은 늘 설레는 일이잖아요.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서 우리의 진심에 공감하고, 가치를 부여해주신 고객들이 요헤미티를 처음 경험하는 매개가 ‘그린카드’ 였기에 더욱 신이 났죠. 어쩌면 우리 팀은, 이미 있는 것을 활용하기보다는 세상에 없던 프로덕트를 새로 만드는 경험을 인정받는 과정이 더 기쁘기도 했어요.
새로운 고객을 만나는 것은, ‘신규 고객 획득’이라는 딱딱한 업계 용어로 바꿔 말할 수 있을 거예요. 이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죠. 쉽지만 획득 비용은 낮출 수 있는 자극적인 콘텐츠를 내세울 수도 있고, 참여만 하면 확률은 낮지만 막대한 혜택을 받도록 캠페인을 설계할 수도 있을 거예요. 사실 기획의 난이도가 어떻든 간에, 공통적으로 고객 입장에서는 ‘쉽고 즐거워야만’ 해요. 문제는 그 쉽고 즐거운 경험을 얼마나 ‘새롭게, 브랜드의 진심이 느껴지도록’ 만들 수 있는지에 달렸죠.
그래서일까요. 기획을 하는 일은 늘 어렵습니다. 그냥 포기하고 쉽게 가면 편할 텐데, 그래도 한 끗이 달라야만 한다는 강박이자 나름의 자부심이 있기에. 심지어 저 뿐만 아니라 팀 요헤미티의 모든 사람들이 공유하는 가치관이기도 해서요. 그저 1차원적인 수요-공급이 아니라, 브랜드의 인상과 위치, 그리고 크리에이티브까지 참 여러 차원을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는 점에서 때로 고달프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래야만 새로운 고객들을 만날 수 있고, 설렘을 확신으로 바꿀 수 있기에 절대 포기하지는 않을 거예요. 아, 언젠가 리오넬 메시를 두고 어떤 커뮤니티에서 이런 표현을 봤어요.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여러분께 요헤미티만의 느낌, 요헤미티만의 태도, 요헤미티만의 언어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아마 우리가 이번 그린 카드 프로젝트를 통해 쌓아올렸던 치열한 고민의 시간들을 몇백 배는 더 거쳐야 할 거예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거예요. 새로운 고객을 만나는 과정은 어렵고, 어려워야만 한다는 것을 절대 외면하지 않겠다는 우리의 다짐이요. 결국 요헤미티를 만날 때의 경험은 유쾌하고 쉽고 즐거워야겠지만, 그 한 번의 만남을 위해 우리는 어렵고 힘든 과정들을 거쳐 요헤미티다운 그림을 그릴 거예요.
▲ 캠페인의 종료. 수익금 100% 기부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으로 요헤미티 그린카드 프로젝트는 끝이 났다. ⓒ요헤미티BX팀
그러면 언젠가, 백오십 만원의 수익을 기부하는 것을 넘어 요헤미티로 인해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뀌고, 스포츠 컬처가 변화하고, 결국에는 세상이 모두 아는 임팩트를 보여줄 날이 찾아오고야 말겠죠? 그리고 그 날이 올 때까지, 요헤미티와 함께하는 여러분이 늘 함께해주실 거라 믿어요.
We just keep going!
요헤미티 BX팀
블랙, 진저, 맥시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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