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요가 인스트럭터
‘진정한 나 자신과 고요히 마주하는 순간’은 요헤미티가 추구하는 ‘스포츠의 아름다움’이기도 하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따르면, ‘스포츠’를 특정 키워드로 정의내리기란 굉장히 모호하다. 그 어원인 ‘Disport’는 ‘유희하다’, ‘놀이하다’ 는 의미를 가진다. 다시, ‘Disport’는 ‘쫓아보내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Deporto’를 어원으로 삼기도 한다. 그렇다면 ‘쫓아보내다’라는 근원적 의미를 가장 잘 담고 있는 종목에는 무엇이 있을까.
요가에서 진정한 정신적 해탈은 ‘환상으로 만들어진 물질’로부터 해방되는 것을 통해 가능하다고 한다. 육체와 물질의 속박을 쫓아보내고, 정신적 자유를 추구하는 것. 요헤미티의 지향과도 닮았다.
그저 요가가 자연스럽게 삶에 들어왔다고 하는 사람. 룰루레몬 앰버서더이자 요가센터 ‘공간차츰’의 대표 김보경 님을 만났다.

Q1 ‘요가를 수강하는 학생’을 넘어서, 보통 ‘요가 선생님’이라 하면- 그야말로 ‘요가가 삶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보경 님의 스케줄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A1 어제를 돌아보면, 오전에는 수업을 진행했고 요가 수련을 했어요. 장마철이라 제가 운영하는 요가 센터의 보수를 조금 해 두었고요. 오후에는 밀려있던 데스크 업무를 하고, 다시 요가 수업을 했죠. 주로 ‘요가’를 중심으로 하루를 보내는 삶이예요.
Q2 요가에도 참 여러 종류의 분파가 있는 것으로 알아요. 하지만 한 번도 요가를 접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잘 모르거나, 오해하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여러 종류의 요가와 그 특징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A2 고전적인 의미의 요가에서는 지금과는 달리 보다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수행으로서의 의미가 더 강했어요. 하지만 21세기인 지금, ‘요가’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피트니스의 한 영역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죠. 어쨌거나 겉으로는 몸을 움직이는 것으로 표현되는 행위이니까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요가라는 큰 움직임 속에 여러 가지 스타일이 존재한다고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장르의 차이 같은 거죠. 그 기준을 ‘역동성’에 둘 수도 있겠어요. 양(+)적인 움직임이라면 근육을 많이 쓰면서 빠르고, 리드미컬한 장르가 있고요. 음(-)적인 움직이라면 이완에 포커스를 맞추는 느리고 고요한 장르도 있죠. 예를 들어 양적인 움직임이라면 역동적인 장르인 ‘아쉬탕가’, 흐름이 빠르고 움직임이 많은 ‘빈야사’가 있어요.
저 같은 경우는 ‘하타 요가’라는 장르에 주로 집중하는 편이예요. 앞서 말씀드린 장르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조금 더 느리고, 한 가지 동작과 호흡에 대해 깊이있게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스타일이죠. 지금 제가 그런 시기이기도 하고요.
Q3 그러면, 보경 님도 처음에 ‘피트니스적인 관점’에서 요가를 접하고, 시작하셨던 건가요?
A3 음, 어릴 때부터 ‘구도심(진실을 구하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가지고 있었어요. 어떻게 하면 삶 속에서 마주하는 고통으로부터 진정한 해방을 이룰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마음이요. 그러다가 요가는 10대 시절에 막연하게 접하게 되면서 자연스런 호감으로 다가왔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마땅히 벌어질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해요.

Q4 웰니스 서비스인 ‘썬데이나마스떼’에서 보경 님은 요가를 ‘몸과 마음의 운동’이라고 이야기하셨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면 때문일까요?
A4 저는 스포츠의 가장 큰 힘은 스스로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경험’에 있다고 봐요. 요가 수련의 핵심도 몸을 움직이는 와중에 ‘인지력’을 기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저를 비롯해서 많은 요가 선생님들이 하나의 동작 안에서 충분히 몸을 느끼고, 호흡을 인지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하거든요.
현대 사회에서는 ‘머리에서’ 시작하게 되는 일들이 참 많잖아요. 해야 할 일들에 대한 걱정과 압박, 지나간 것들에 대한 후회 같은 다양한 감정과 생각들에 의해 행위가 이어지게 되는 거죠. 하지만 요가는, 지금 이 순간에 몸을 움직여내는 것으로 시작해서 그 생동감을 인지하게 해요. 이것은 다른 스포츠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요가에서는 ‘내가 움직이는 이 몸을 알아차리자’는 데에 조금 더 목적성을 크게 두는 것 같아요.
경쟁적인 환경같은 외부 변수를 비교적 차단하고, ‘내가 움직이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것들’을 알아차리려는 훈련을 하는 거죠. 처음에는 몸의 감각이 강하게 느껴지지만, 익숙해지다보면 점차 나의 의식이 경험하는 감각, 감정, 마음의 소재들을 관찰할 수 있게 돼요. 그렇게 ‘알아차리는 대상’을 몸에서 마음 주위로 옮겨가다 보면 일상을 살아갈 때도 조금은 더 도움이 되고요. 그렇다고 전부 평화로워지는 것은 아니지만요(웃음).
몸을 감각하는 것에서 시작하지만, 결국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스포츠라고 생각해요.
Q5 ‘배우는 사람’에서 ‘가르치는 사람’으로 포지션이 바뀌게 될 때, 가장 어려웠던 점과 달라진 점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요.
A5 (수련자로서) 흡수하기만 해도 될 때와, (교육자로서) 그것을 재가공해서 전달해야 할 때의 차이는 있죠. 무엇보다, 합의된 지식이라는 게 시간에 따라 계속 변하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지고 끊임없이 정확하게 배워나가야만 해요. 예전에는 그냥 ‘좋아하니까 원하는 만큼만’ 수련했다면 이제는 누군가에게 이것들을 알려야 한다는 책임감이 커졌죠. 하지만 특별히 누군가를 ‘가르치는 사람’이라기보다 ‘조금 먼저 한 것을 나눈다’는 정체성이라 생각하기에 크게 부담되지는 않아요.
이 질문을 ‘요가가 생업이 되면서 달라진 점’이라고 바꿔본다면, 예전만큼 ‘순수하게 마냥 좋아할수만은 없다’는 게 있겠네요. 예전에는 그저 요가를 통해 위로와 힘을 받게되어 좋았다면, 지금은 요가가 곧 생계가 되었으니 새로운 삶의 희로애락이 생기게 됐죠.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제가 일 중심으로 생각하고 생활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거예요. 일을 통해 삶을 실현하고, 그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일의 내용에서 흥미를 느끼는 편이거든요. 그렇다고 힘들지 않다는 건 절대 아니지만요(웃음).
Q6 보통의 스포츠가 그러하듯, 운동과 수양에는 ‘끝’이 없는 것 같아요. 우리가 경지에 이르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정작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보경 님은 혹시 이 길의 끝, 혹은 먼 미래의 모습에 대해 그려본 적이 있나요?
A6 제가 내일 살지 안 살지도 모르는 거라, 그런 건 사실 없어요. MBTI로 따지자면 저는 굉장한 J유형(Judgement;판단형) 이라 계획을 세우고 지켜나가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많이 달라졌어요. 계획을 미리 해도, 사는 게 그대로 되지는 않더라고요. 오히려 제가 추구하는 가치는 늘 지니고 있지만, 매일 매일 삶이 이끄는 대로 살고 있습니다.

Q7 요가가 곧 ‘몸과 마음의 평화’를 위한 것이지만, 외부에는 여전히 전쟁과 불합리함, 그리고 불평등이 존재하기도 해요. 그 사이에서 느껴지는 괴리감은 없나요?
A7 그것은 제가 (평화를 추구하는) 삶을 산다고 해서 더 크게 느껴지는 감정은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우리를 둘러싼 여러 문제들에 대해 늘 민감하게 받아들였던 것은 사실이예요. 예전에는 분노가 많아서 그게 저를 너무 좀먹기도 했거든요.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가장 먼저 변해야 하고, 그 변화로부터 작은 물결이 생겨야 한다고 봐요. 그 변화가 크든 작든, 저는 그러한 움직임에서 효능감을 가장 크게 느끼거든요.
Q8 요가를 시작하기 전과 후, 외부 변수에 의해 생기는 부정적인 감정을 다루는 방식도 달라졌을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A8 요가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는, 저의 행동기제가 되는 감정은 ‘분노’였어요. 그래서 그 감정으로 인해 부딪히게 되는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도 괴로웠고요. 그치만 요가를 수련하면서는, 제가 분노하게 되는 원인을 해소하는 것은 사랑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런 마음이 조금씩 번져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고요. 물론 부정적인 감정이 없다는 건 아니예요. 차이가 있다면 그것이 예전에는 ‘분노’였다면 지금은 ‘마음이 아프다’고 느끼는 편이 되었다는 거죠.
다만, ‘세속적인 것과 나를 분리한다는 생각’만큼은 경계하려고 해요. 가끔 이 생각때문에 세상의 많은 구조적인 문제들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곤 하거든요.
Q9 한국이 특히 그렇지만, 어떤 사람이 획득한 ‘라벨’을 기준으로 그 이후의 직업적 삶을 예상하잖아요. 이런 면에서, 의문과 반대에 부딪히지는 않으셨나요? 이를테면, ‘공부 잘 시켜서 명문대 보내두었더니 갑자기 웬 요가냐’와 같은 클리셰처럼요.
A9 오히려 부모님의 경우, 제가 원하는 대로 살아야만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진즉에 알고 계셨어요. 그런 질문을 하는 분들이 계시기는 했었지만요. 그것보다도 오히려, 저는 요가 선생님으로 일하는 게 좋은데, 사회적 지위의 관점에서 가해지는 편견 때문에 움츠러들게 되는 경험은 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다시 요가로 돌아오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어느 순간에는 요가에서 다르마(dharma)라고 표현하는 상태를 느끼게 됐어요. 제 삶 속에서 요가라는 것이 곧 제가 가져가야 할 업이라는 걸 받아들이게 된 거죠. 지금까지 쌓아온 고민과 갈등, 다른 길을 선택하고자 했던 마음들이 모두 쌓여서 현재 요가를 하는 제가 있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오히려 그러고 나니, 요가라는 도구를 통해 제가 하고자 했던 것들을 마음껏 해낼 수 있게 되더라고요. 생각은 요가 안에 녹아있게 될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은 시선이나 평가에 대해서는 아주 자유로워요.

Q10 삶의 메인으로 자리잡은 요가 외에, 다른 스포츠종목에 비교적 깊게 빠져들었던 경험이 있나요?
A10 저는 코로나 때문에 체육시설 이용제한이 시작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아, 내가 체육 산업 종사자구나?’라고 인식했어요. ‘체육인’이라는 분류로 이 일을 생각해본 적은 없었던 거죠. 일단 저는 경쟁을 기반으로 한 모든 스포츠는 즐겨하지 않는 유형이예요. 저랑 싸우기도 항상 바쁘다고 생각해서요(웃음). 다만 달리기를 좋아하고, 크로스핏을 가끔 해요. 유산소 운동을 중심으로 일정 수준의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게 좋더라고요.
특히 러닝을 할 때, 호흡과 스텝의 동기화가 잘 이루어질 때가 있어요. 그 때, 요가할 때처럼 고요한 순간을 맞게 되거든요. 그 느낌이 너무너무 좋아요.
Q11 방금 경쟁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유형이라고 하시니, 최근 요헤미티가 만든 MBTI 테스트를 추천드리고 싶네요.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지금 제가 질문을 드릴테니 한 번 선택해보시겠어요?
와, 적합한 운동으로 ‘러닝’이 나왔어요. 보경 님이 러닝을 했다면 ‘엘리우드 킵초게’가 되었을 거라고 하네요? 방금 좋아한다고 말씀하신 ‘달리기’와 같은 결과가 나와서 저도 너무 놀랐어요.
A11 진짜로요? 대박. 이 테스트 링크 보내주시면 주위에 공유하고 싶어요. 좋아할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요헤미티의 스포츠MBTI테스트, ‘운동할 결심’
Q12 누구나 개인적인 삶에서의 목표, 그에 따른 숙제를 안고 살아가는 것 같아요. 그게 우리를 동기부여하게 하기도 하고요. 거창하지 않아도 좋으니, 보경 님의 목표와 지금 당면한 숙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12 제가 추구하는 가치를 늘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것이요. 평생 해야 할 일이자 오늘의 숙제이기도 해요.

Q13 보경님을 보면, ‘다이나믹한 에너지를 고요하고 평화롭게 만드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보경님의 평화로운 마음을 지속(keep going)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A13 ‘다이나믹한 에너지 때문’이 가장 크고, 그 다이나믹이 곧 괴롭기 때문이예요. 괴롭기 때문에 편안함을 찾아가고 싶어서 요가를 택한 게 1차적인 이유이기도 하고요. 2차적으로는 그 과정을 통해 제가 받았던 혜택이 있으니까 필요한 사람에게 이 경험을 소개해주고, 그 마음을 지속할 수 있도록 나누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저를 킵고잉하게 하는 원동력은 ‘다이나믹한 에너지’가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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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BY-NC-ND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요가 인스트럭터
‘진정한 나 자신과 고요히 마주하는 순간’은 요헤미티가 추구하는 ‘스포츠의 아름다움’이기도 하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따르면, ‘스포츠’를 특정 키워드로 정의내리기란 굉장히 모호하다. 그 어원인 ‘Disport’는 ‘유희하다’, ‘놀이하다’ 는 의미를 가진다. 다시, ‘Disport’는 ‘쫓아보내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Deporto’를 어원으로 삼기도 한다. 그렇다면 ‘쫓아보내다’라는 근원적 의미를 가장 잘 담고 있는 종목에는 무엇이 있을까.
요가에서 진정한 정신적 해탈은 ‘환상으로 만들어진 물질’로부터 해방되는 것을 통해 가능하다고 한다. 육체와 물질의 속박을 쫓아보내고, 정신적 자유를 추구하는 것. 요헤미티의 지향과도 닮았다.
그저 요가가 자연스럽게 삶에 들어왔다고 하는 사람. 룰루레몬 앰버서더이자 요가센터 ‘공간차츰’의 대표 김보경 님을 만났다.
Q1 ‘요가를 수강하는 학생’을 넘어서, 보통 ‘요가 선생님’이라 하면- 그야말로 ‘요가가 삶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보경 님의 스케줄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A1 어제를 돌아보면, 오전에는 수업을 진행했고 요가 수련을 했어요. 장마철이라 제가 운영하는 요가 센터의 보수를 조금 해 두었고요. 오후에는 밀려있던 데스크 업무를 하고, 다시 요가 수업을 했죠. 주로 ‘요가’를 중심으로 하루를 보내는 삶이예요.
Q2 요가에도 참 여러 종류의 분파가 있는 것으로 알아요. 하지만 한 번도 요가를 접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잘 모르거나, 오해하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여러 종류의 요가와 그 특징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A2 고전적인 의미의 요가에서는 지금과는 달리 보다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수행으로서의 의미가 더 강했어요. 하지만 21세기인 지금, ‘요가’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피트니스의 한 영역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죠. 어쨌거나 겉으로는 몸을 움직이는 것으로 표현되는 행위이니까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요가라는 큰 움직임 속에 여러 가지 스타일이 존재한다고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장르의 차이 같은 거죠. 그 기준을 ‘역동성’에 둘 수도 있겠어요. 양(+)적인 움직임이라면 근육을 많이 쓰면서 빠르고, 리드미컬한 장르가 있고요. 음(-)적인 움직이라면 이완에 포커스를 맞추는 느리고 고요한 장르도 있죠. 예를 들어 양적인 움직임이라면 역동적인 장르인 ‘아쉬탕가’, 흐름이 빠르고 움직임이 많은 ‘빈야사’가 있어요.
저 같은 경우는 ‘하타 요가’라는 장르에 주로 집중하는 편이예요. 앞서 말씀드린 장르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조금 더 느리고, 한 가지 동작과 호흡에 대해 깊이있게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스타일이죠. 지금 제가 그런 시기이기도 하고요.
Q3 그러면, 보경 님도 처음에 ‘피트니스적인 관점’에서 요가를 접하고, 시작하셨던 건가요?
A3 음, 어릴 때부터 ‘구도심(진실을 구하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가지고 있었어요. 어떻게 하면 삶 속에서 마주하는 고통으로부터 진정한 해방을 이룰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마음이요. 그러다가 요가는 10대 시절에 막연하게 접하게 되면서 자연스런 호감으로 다가왔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마땅히 벌어질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해요.
Q4 웰니스 서비스인 ‘썬데이나마스떼’에서 보경 님은 요가를 ‘몸과 마음의 운동’이라고 이야기하셨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면 때문일까요?
A4 저는 스포츠의 가장 큰 힘은 스스로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경험’에 있다고 봐요. 요가 수련의 핵심도 몸을 움직이는 와중에 ‘인지력’을 기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저를 비롯해서 많은 요가 선생님들이 하나의 동작 안에서 충분히 몸을 느끼고, 호흡을 인지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하거든요.
현대 사회에서는 ‘머리에서’ 시작하게 되는 일들이 참 많잖아요. 해야 할 일들에 대한 걱정과 압박, 지나간 것들에 대한 후회 같은 다양한 감정과 생각들에 의해 행위가 이어지게 되는 거죠. 하지만 요가는, 지금 이 순간에 몸을 움직여내는 것으로 시작해서 그 생동감을 인지하게 해요. 이것은 다른 스포츠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요가에서는 ‘내가 움직이는 이 몸을 알아차리자’는 데에 조금 더 목적성을 크게 두는 것 같아요.
경쟁적인 환경같은 외부 변수를 비교적 차단하고, ‘내가 움직이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것들’을 알아차리려는 훈련을 하는 거죠. 처음에는 몸의 감각이 강하게 느껴지지만, 익숙해지다보면 점차 나의 의식이 경험하는 감각, 감정, 마음의 소재들을 관찰할 수 있게 돼요. 그렇게 ‘알아차리는 대상’을 몸에서 마음 주위로 옮겨가다 보면 일상을 살아갈 때도 조금은 더 도움이 되고요. 그렇다고 전부 평화로워지는 것은 아니지만요(웃음).
몸을 감각하는 것에서 시작하지만, 결국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스포츠라고 생각해요.
Q5 ‘배우는 사람’에서 ‘가르치는 사람’으로 포지션이 바뀌게 될 때, 가장 어려웠던 점과 달라진 점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요.
A5 (수련자로서) 흡수하기만 해도 될 때와, (교육자로서) 그것을 재가공해서 전달해야 할 때의 차이는 있죠. 무엇보다, 합의된 지식이라는 게 시간에 따라 계속 변하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지고 끊임없이 정확하게 배워나가야만 해요. 예전에는 그냥 ‘좋아하니까 원하는 만큼만’ 수련했다면 이제는 누군가에게 이것들을 알려야 한다는 책임감이 커졌죠. 하지만 특별히 누군가를 ‘가르치는 사람’이라기보다 ‘조금 먼저 한 것을 나눈다’는 정체성이라 생각하기에 크게 부담되지는 않아요.
이 질문을 ‘요가가 생업이 되면서 달라진 점’이라고 바꿔본다면, 예전만큼 ‘순수하게 마냥 좋아할수만은 없다’는 게 있겠네요. 예전에는 그저 요가를 통해 위로와 힘을 받게되어 좋았다면, 지금은 요가가 곧 생계가 되었으니 새로운 삶의 희로애락이 생기게 됐죠.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제가 일 중심으로 생각하고 생활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거예요. 일을 통해 삶을 실현하고, 그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일의 내용에서 흥미를 느끼는 편이거든요. 그렇다고 힘들지 않다는 건 절대 아니지만요(웃음).
Q6 보통의 스포츠가 그러하듯, 운동과 수양에는 ‘끝’이 없는 것 같아요. 우리가 경지에 이르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정작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보경 님은 혹시 이 길의 끝, 혹은 먼 미래의 모습에 대해 그려본 적이 있나요?
A6 제가 내일 살지 안 살지도 모르는 거라, 그런 건 사실 없어요. MBTI로 따지자면 저는 굉장한 J유형(Judgement;판단형) 이라 계획을 세우고 지켜나가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많이 달라졌어요. 계획을 미리 해도, 사는 게 그대로 되지는 않더라고요. 오히려 제가 추구하는 가치는 늘 지니고 있지만, 매일 매일 삶이 이끄는 대로 살고 있습니다.
Q7 요가가 곧 ‘몸과 마음의 평화’를 위한 것이지만, 외부에는 여전히 전쟁과 불합리함, 그리고 불평등이 존재하기도 해요. 그 사이에서 느껴지는 괴리감은 없나요?
A7 그것은 제가 (평화를 추구하는) 삶을 산다고 해서 더 크게 느껴지는 감정은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우리를 둘러싼 여러 문제들에 대해 늘 민감하게 받아들였던 것은 사실이예요. 예전에는 분노가 많아서 그게 저를 너무 좀먹기도 했거든요.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가장 먼저 변해야 하고, 그 변화로부터 작은 물결이 생겨야 한다고 봐요. 그 변화가 크든 작든, 저는 그러한 움직임에서 효능감을 가장 크게 느끼거든요.
Q8 요가를 시작하기 전과 후, 외부 변수에 의해 생기는 부정적인 감정을 다루는 방식도 달라졌을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A8 요가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는, 저의 행동기제가 되는 감정은 ‘분노’였어요. 그래서 그 감정으로 인해 부딪히게 되는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도 괴로웠고요. 그치만 요가를 수련하면서는, 제가 분노하게 되는 원인을 해소하는 것은 사랑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런 마음이 조금씩 번져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고요. 물론 부정적인 감정이 없다는 건 아니예요. 차이가 있다면 그것이 예전에는 ‘분노’였다면 지금은 ‘마음이 아프다’고 느끼는 편이 되었다는 거죠.
다만, ‘세속적인 것과 나를 분리한다는 생각’만큼은 경계하려고 해요. 가끔 이 생각때문에 세상의 많은 구조적인 문제들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곤 하거든요.
Q9 한국이 특히 그렇지만, 어떤 사람이 획득한 ‘라벨’을 기준으로 그 이후의 직업적 삶을 예상하잖아요. 이런 면에서, 의문과 반대에 부딪히지는 않으셨나요? 이를테면, ‘공부 잘 시켜서 명문대 보내두었더니 갑자기 웬 요가냐’와 같은 클리셰처럼요.
A9 오히려 부모님의 경우, 제가 원하는 대로 살아야만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진즉에 알고 계셨어요. 그런 질문을 하는 분들이 계시기는 했었지만요. 그것보다도 오히려, 저는 요가 선생님으로 일하는 게 좋은데, 사회적 지위의 관점에서 가해지는 편견 때문에 움츠러들게 되는 경험은 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다시 요가로 돌아오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어느 순간에는 요가에서 다르마(dharma)라고 표현하는 상태를 느끼게 됐어요. 제 삶 속에서 요가라는 것이 곧 제가 가져가야 할 업이라는 걸 받아들이게 된 거죠. 지금까지 쌓아온 고민과 갈등, 다른 길을 선택하고자 했던 마음들이 모두 쌓여서 현재 요가를 하는 제가 있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오히려 그러고 나니, 요가라는 도구를 통해 제가 하고자 했던 것들을 마음껏 해낼 수 있게 되더라고요. 생각은 요가 안에 녹아있게 될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은 시선이나 평가에 대해서는 아주 자유로워요.
Q10 삶의 메인으로 자리잡은 요가 외에, 다른 스포츠종목에 비교적 깊게 빠져들었던 경험이 있나요?
A10 저는 코로나 때문에 체육시설 이용제한이 시작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아, 내가 체육 산업 종사자구나?’라고 인식했어요. ‘체육인’이라는 분류로 이 일을 생각해본 적은 없었던 거죠. 일단 저는 경쟁을 기반으로 한 모든 스포츠는 즐겨하지 않는 유형이예요. 저랑 싸우기도 항상 바쁘다고 생각해서요(웃음). 다만 달리기를 좋아하고, 크로스핏을 가끔 해요. 유산소 운동을 중심으로 일정 수준의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게 좋더라고요.
특히 러닝을 할 때, 호흡과 스텝의 동기화가 잘 이루어질 때가 있어요. 그 때, 요가할 때처럼 고요한 순간을 맞게 되거든요. 그 느낌이 너무너무 좋아요.
Q11 방금 경쟁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유형이라고 하시니, 최근 요헤미티가 만든 MBTI 테스트를 추천드리고 싶네요.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지금 제가 질문을 드릴테니 한 번 선택해보시겠어요?
와, 적합한 운동으로 ‘러닝’이 나왔어요. 보경 님이 러닝을 했다면 ‘엘리우드 킵초게’가 되었을 거라고 하네요? 방금 좋아한다고 말씀하신 ‘달리기’와 같은 결과가 나와서 저도 너무 놀랐어요.
A11 진짜로요? 대박. 이 테스트 링크 보내주시면 주위에 공유하고 싶어요. 좋아할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Q12 누구나 개인적인 삶에서의 목표, 그에 따른 숙제를 안고 살아가는 것 같아요. 그게 우리를 동기부여하게 하기도 하고요. 거창하지 않아도 좋으니, 보경 님의 목표와 지금 당면한 숙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12 제가 추구하는 가치를 늘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것이요. 평생 해야 할 일이자 오늘의 숙제이기도 해요.
Q13 보경님을 보면, ‘다이나믹한 에너지를 고요하고 평화롭게 만드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보경님의 평화로운 마음을 지속(keep going)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A13 ‘다이나믹한 에너지 때문’이 가장 크고, 그 다이나믹이 곧 괴롭기 때문이예요. 괴롭기 때문에 편안함을 찾아가고 싶어서 요가를 택한 게 1차적인 이유이기도 하고요. 2차적으로는 그 과정을 통해 제가 받았던 혜택이 있으니까 필요한 사람에게 이 경험을 소개해주고, 그 마음을 지속할 수 있도록 나누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저를 킵고잉하게 하는 원동력은 ‘다이나믹한 에너지’가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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