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19


스포츠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모습에서 아름다움과 감동을 느낄까요? 사람들의 당연한 예상과 평가를 뒤집는 결과를 만들어내거나, 결과와 상관없는 인간적인 아름다움이 전해질 때 우리는 스포츠를 ‘각본없는 드라마’라고 부릅니다. 만약 이를 ‘예외성’과 ‘인간성’이라는 단어로 바꿀 수 있다면, 국내에서 사이클링 브랜드를 수집하고 커뮤니티를 만드는 곳들 중에서는 마치 게릴라와 같은 행보를 이어오고 있는 ‘루비워크샵(rubi workshop)’을 빼놓을 수 없죠.

사람들은 이 곳에 단순히 자전거를 구매하기 위해서만 방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곳에서 만나게 될 사람들, 그리고 이를 둘러싼 사이클링 컬처의 총체적 경험에 매료될 때가 더 많죠. 의도적으로 자전거의 색채를 뺀 사이클링 편집샵, 요헤미티가 함께하는 루비워크샵의 권오현 디렉터를 만났습니다.


인터뷰이ㅣ루비워크샵 권오현 디렉터
인터뷰어ㅣ요헤미티 BX 팀


Q1.
루비워크샵(rubi workshop)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1.
일반명사로 표현하기는 어려운 자전거 매장이죠. 정확하게는 오너인 제가 좋아하는 자전거 브랜드의 오브제와, 그렇게 모인 브랜드 컬렉션들을 소개하는 공간이라는 개념에 가장 가깝습니다. 기능적 측면보다는 정성적으로 느껴지는 심미성과, 이를 둘러싼 사이클 컬처를 제안하는 곳이예요. ‘자전거 매장’이라고 불러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기능적인 측면만 강조해서 설명하기에는 아쉬움이 있어요. 요헤미티라는 브랜드도 비슷한 맥락에 놓여있겠지만 요헤미티-워터라는 제품을 ‘발포정’이라고만 단순히 이야기하면 그 안에 담겨진 브랜드의 지향, 가치, 페르소나, 문화에 대한 설명은 간과하기 쉽잖아요.



Q2.
어쩌면 ‘자전거 매장’ 혹은 ‘스포츠 매장’의 개념보다는 루비워크샵이라는 브랜드의 취향과 지향이 담긴 ‘편집 매장’에 가깝다는 이야기로 들리네요.

A2.
맞습니다. 저는 프리미엄(Premium)이라는 단어를 아주 조심스럽게 사용하는데요. 자칫 사람들이 이 단어의 의미를 ‘값비싼 것’으로 한정하지 않기를 바라요. 그 어원인 라틴어 ‘프라이미움(Praemium)’에서 알 수 있듯이 이것은 ‘앞서 나아가 얻은 것’이라는 근본적인 의미를 담거든요. 루비워크샵은 곧, ‘사이클에 대한 앞서나가는 경험들과 오브제, 그리고 이를 둘러싼 문화’에 대한 패키징을 진행하는 곳이라고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Q3.
그렇다면 루비워크샵(rubi workshop)이라는 이름이 탄생한 배경이 궁금해져요. 이 단어들 안에서 ‘자전거’에 대한 직관적인 표현은 찾아볼 수가 없거든요.

A3.
먼저, 루비(rubi)는 오토매틱 시계의 무브먼트에서 영감을 받은 단어예요. 시계의 베어링에는 루비가 박혀있는데, 이 오브제는 뛰어난 내구성과 내마모성, 더불어 심미적인 아름다움, 영원함의 가치를 담고 있죠. 즉, 부품 측면에서의 기능적 우수성과 더불어 예술적인 오브제로서 존재하는거죠. 루비가 가진 기능성, 심미성, 그리고 영원함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가 곧 제가 사이클링에서 지향하는 프리미엄의 방향성과 일치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루비’라는 단어가 우리의 지향을 담는다면, 접미사인 ‘워크샵(workshop)’을 통해서는 우리가 제공할 서비스, 제품, 커뮤니티 프로그램과 같이 고객과 만나는 물리적 접점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workshop이라는 단어는, ‘작업장’ 혹은 ‘특정 주제를 통해 모인 사람들의 모임’을 의미한다(cambridge dictionary)



Q4.
루비워크샵에서는 일반 적인 자전거 매장과는 아주 다른 유형의 브랜드들을 취급하고 있어요. 몰튼이 비교적 알려진 편이지만 바스티온 사이클, 츠바사 바이시클, 3T 바이크, 오픈 사이클같은 브랜드들은 그 인지도가 국내에서 높은 편은 아니니까요. 비즈니스적 시각에서는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를 소개한다’는 것 자체가 아주 위험할 수 있는데, 루비는 반대로 가고 있는 거죠. 그 이유가 궁금해요.

A4.
가장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무엇이고, 그래서 어디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지가 다르기 때문이죠. 그것을 ‘비즈니스’냐, ‘논 비즈니스냐’의 이분법적 맥락에서 단순히 결정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오히려 루비워크샵이 견지하는 지속가능성의 기준은 ‘사이클이라는 근본적인 의미와 맥락’에 부합하는 브랜드들을 수집하고 이를 통해 표현하는 데 있다고 보거든요. 보테가베네타가 최근 인스타그램 계정을 지워버렸다가 다시 오픈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죠. 브랜드 입장에서 ‘좋다’고 확신하는 가치도 시간이 흐르다보면 ‘타협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고, 그러다 보면 지속가능성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하게 되니까요.


대중적인 사이클 브랜드들이 만들 수 있는 경험의 최대치와, 루비워크샵이 소개하는 브랜드들이 표현할 수 있는 최대치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해요. 전자의 브랜드들이 잘못되었다는 게 아니라 제한된 시간, 세상 안에서의 역할과 그에 따른 표현방식이 다른 거죠. 루비워크샵은 그런 측면에서, 기회비용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제가 생각하는 프리미엄의 가치를 소개하는 것을 선택했어요. 그리고 저는 분명, 이 시대가 ‘가치중심적인 소비와 사고’를 하는 방향으로 진화한다고 믿고요.


오히려 음악을 프로듀싱하는 과정과 가장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가수, 즉 브랜드를 발굴해서 그 잠재성을 파악하고, 프로듀서, 아티스트, 포토그래퍼, 스타일리스트 등 가용한 모든 자원이 달라붙어 협업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대중의 언어를 고려해 패키징하는 거죠. 그 결과, 시장을 보더라도 ‘어떤 아이돌이 더 프리미엄한지’는 결국 자명하게 드러나게 되어 있고요.



Q5.
최근에 어도어(ADOR)에서 기획한 그룹인 뉴진스(New Jeans)를 보고 제가 정확히 ‘이 기획은 프리미엄이다’라고 느꼈는데, 듣고 보니 그림이 그려지네요. 기계적인 양산형 그룹이 아닌, 섬세한 인간적인 터치를 느꼈거든요. 거기서 자연스러움을 경험하게 되기도 하고요.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입니다(웃음).

A5.
네, 저도 그렇게 느꼈어요. 저는 영감을 주는 오브제, 음악 등은 모두 공통적으로 인간성을 구현한다고 생각해요. 기계적인 것들, 모듈화된 것들이라고 해서 가치가 없다기보다, 오히려 그것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 최소한의 조건을 만들어준다고 봐요. 

하지만 그렇게 존재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끌어내고, 경험을 선사하는 것은 인간성이 창조하는 ‘새로운 가치’라 믿고요.



Q6.
‘운영(operation)’을 최우선으로 두느냐, 진짜 대체 불가능한(irreplaceable)’ 가치가 되느냐의 차이라고도 느껴져요. 그렇다면, 루비워크샵의 커뮤니티 프로그램인 ‘루비살롱’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고가나요?

A6.
루비살롱은 제가 사이클이라는 스포츠와 그 문화를 즐기면서 경험했던 과정들을 전달하고,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나누는 자리에 가까워요. 사이클링의 물리적, 문화적인 맥락을 더 깊이, 함께 고민해보는 거죠. 예를 들면, 이번 루비살롱의 주제는 “엔진과 실린더 - Ep.1 무릎의 구조”였어요. 해부학적인 이야기이지만 자전거의 엔진인 ‘사람’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죠.

또, 해외 사이클 브랜드의 오너를 초대해서 브랜드 이면의 보이지 않는 이야기들을 나누기도 하고요. 루비살롱은 라이딩과 동떨어져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는 ‘사이클링의 이면들’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이라고 소개하면 적합하겠네요.


Q7.
오현님이 보시기에, 서울의 자전거 인프라는 세계적으로 봤을 때 어떤 수준이라고 느끼시나요? 저는 하나의 이동수단으로서 런던에서 경험한 인프라- 자전거와 자동차, 보행자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가 정말 이상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A7.
팩트로 먼저 이야기해볼게요(웃음). 한국 여행을 온 해외 라이더들을 만나보면, 그들은 서울이 굉장히 뛰어난 자전거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고 말해요. 일단, 서울만 보아도 커다란 업힐(오르막길)이 2개나 있죠. 남산을 포함해서요. 게다가 자전거만 달릴 수 있는 길이 한강을 따라 나 있고, 이를 통하면 서울을 넘어 동쪽과 서쪽으로 투어링을 떠날 수도 있고요. 반대로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는 이런 복합적인 경험을 하기는 어려워요. 재미를 느끼기 위해 업힐을 타고 싶어도 몇 시간을 달려가야만 하니까요. 

그런데 이것은, 역사적으로 각 나라들이 어떤 맥락에 놓여있었는지에 그 해답이 있어요. 유럽 여러 도시들은 로마 군단들의 거점이었고, 그래서 대부분의 도시가 ‘평지’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죠. 예를 들면, 런던 역시 ‘론도니움’이라고 불리던 고대 로마의 도시였거든요. 프랑스의 파리, 독일의 쾰른도 마찬가지고요. 로마 군단이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평지’와 ‘단단한 반석’이 필수 요건이었죠. 그런 역사적 맥락이 있다보니, 현대에 와서도 ‘교통수단으로서 사이클링을 즐기기에 매우 용이한 디자인’이 되어버린 것이고요. 

반면 한국은 어떤가요? 서울만 보더라도 풍수지리에 기반해서 설계된 역사적 맥락이 있기에 강과 산을 끼고 설계돼 있죠. 그러다보니 ‘이동수단’으로만 바라보기에는 사이클링에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고요. 게다가 사계절 뚜렷한 날씨 탓에 한국의 사이클링은 ‘교통수단’이라는 도시 기능적인 부분보다는 ‘스포츠’, ‘레포츠’의 영역으로 받아들여져요.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보다 더 좋은 환경을 찾기란 힘든 거죠.


Q8.
루비워크샵이 추구하는 가치를 담은 프리미엄 브랜드들을 국내에 들여오기 위해, 실제로 오현 님께서 비즈니스 트립을 길게 떠나시기도 하잖아요. 직접 그 도시의 오피스를 방문하고, 만들어진 자전거를 타보기도 하고, 계약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나요?

A8.
좋은 경험이 많았지만, 그 중 인상적인 경험들의 핵심은 관계자가 보여주는 ‘애티튜드’였던 것 같아요. 이미 프로덕트의 우수성은 검증되었고, 오히려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곁에서 일정 시간동안 발견하고, 느끼는 과정이 기억에 남죠. 그러다보면 제가 함께하는 브랜드들이 단순히 비즈니스의 효율적 측면을 넘어서 존재한다는 데서 감사함을 느끼기도 해요. 

브랜드라는 것은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총체적으로 대변하니까요. ‘멋지다’ ‘깔끔하다’ ‘팬시하다’와 같은 피상적인 느낌보다는 브랜드 관계자들이 세심하게 파트너를 대하는 환대(hospitality)의 경험을 복합적으로 경험할 때, 비로소 의지가 확신으로 바뀌게 되죠. 


Q9.
최근에 산다라박 님이 몰튼TSR을 루비워크샵을 통해 구매하셨죠? 혹시 그 때, 몰튼에 대해 내렸던 평가나 감상, 혹은 질문들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A9.
이미 의사결정을 마친 상태에서 방문하셨기 때문에 저희는 오히려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어요. 저는 이게 참 좋은 경험이었어요. 앞에서 이야기했듯 우리가 뉴진스의 음악과 무대를 보고 무엇이 좋고, 무엇이 단점인지 구구절절 설명하기란 어렵잖아요. 그런 것처럼, 정말 아름다운 것은 언어화하기 힘들고 몰튼 역시 그러한 오브제에 가까워요. 구태여 더하는 설명보다는, 고객이 오랫동안 마음에 두고 ‘아름답다’고 느꼈던 것을 소유하는 경험을 주는 것. 그런 측면에서 정말 좋았죠. 


Q10.
브랜드의 가치와 철학, 기능성을 뛰어넘은 오브제로서의 아름다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루비워크샵. 이번 요헤미티와의 프로젝트를 통해 요헤미티-워터™라는 프로덕트를 처음 만나셨을 때는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A10.
일단, 굉장히 컴팩트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이것이 저에게는 요헤미티와 함께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였죠. 사이클링 영역에서는 ‘컴팩트함’이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중요한 기준이 되거든요. 기본적으로 이동을 하면서 보급을 해야하는 특성이 있기에 휴대성에 있어 만족도가 높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또 하나는, 기능적/기계적인 측면을 덜어내고 인간적인 터치가 엿보이는 디자인이 좋았어요. 예를 들면, 독일의 뉴트리션 브랜드들의 경우 기능에 집중하고, 컬러와 디자인을 정돈하는 부분에서 매우 기계적인 면이 있거든요. 그런데 요헤미티의 경우 로고타입의 소문자가 전달하는 뉘앙스, 컬러, 패키지의 정갈함, 그 안의 디테일들이 굉장히 인간적이라고 느꼈어요.

덧붙여서, 디자인과 브랜드가 전하는 지향 자체가 훨씬 센슈얼하다고 느껴져서- 기존의 남성중심적 경험들을 희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11.
감사합니다. 요헤미티 팀에 큰 힘이 되겠네요(웃음). 그렇다면 루비워크샵에서는 요헤미티-워터™를 어떤 방식으로 만나볼 수 있나요?

A11.
먼저, 루비워크샵이 취급하는 사이클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하시는 고객분들께 특별한 웰컴키트로 제공할 계획이예요. 저희 입장에서는 프리미엄 자전거의 가치를 알아봐주시는 소중한 고객분들에 대한 감사함이기도 하죠. 고객 경험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전할 수 있겠다는 기대도 됩니다!

저도 요헤미티에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요, 기능적인 부분을 넘어서서 보다 버티컬하게 브랜드 액션을 전개할 계획도 있나요? 이를테면 ‘종목’ 중심으로 플레이를 한다든지요.


요헤미티 BX팀.
요헤미티 브랜드를 담당하는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투르 드 프랑스나 윔블던처럼 특정 스포츠 종목에서 남다른 레거시를 보유하고 있는 상징들을 활용해 커스텀 브랜딩을 진행하고자 하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요.

다만, 요헤미티의 마케팅은 너무 많은 제품을 통해 전개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큰 원칙이예요. 작지만 정확한 베네핏을 전달하는 것, 그리고 더 오랫동안 ‘열심히 땀 흘리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 요헤미티의 지향이자 약속이기도 하니까요. <끝>